탄소중립시대, 물 재이용에서 답을 찾다. - 한국물순환협회 하승재 회장 연합뉴스TV 스페셜 인터뷰- 6월 26일 오후 7시 20분 방송 Q. '한국물순환협회'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세요.지난 2018년 5월에 '건전한 물순환체계 구축'을 목적으로하는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되고 물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되면서 끊어진 물순환의 고리를 이어주는 제도개선과 시장확대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관리가 시작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 특히 산업계의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정부와 민간의 가교역할을 할 기관도 부재하였으며, 산업계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협상 테이블도 부재한 실정이었습니다. 이에 산업계를 중심으로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물순환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고, 그 대안으로 '사단법인 한국물순환협회'를 설립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저희 협회는 산업계를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단순히 산업계의 이익만 대변하는 이익단체에 그치지 않고, 물순환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 정책에 반영하며 정부정책이 산업계에서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건전한 물순환체계의 구축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흔히 물은 당연히 순환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물을 재이용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는 건가요?우리가 학교 과학시간에 배웠던 것처럼 바닷물이 증발해 구름이 되고, 구름은 땅 위에 비로 내려 다시 바다로 흘러가면서 순환을 거듭합니다. 우리는 이 빗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공장을 돌리고, 우리 일상생활을 이어갑니다. 사용하고 버린 물은 순환을 통해 우리에게 다시 공급된다는 생각에 우리는 쓰는 물의 대부분을 이 순환과정에 의존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용한 물은 버리고, 모자란 물은 하천과 지하수에서 끌어다 쓰는 방식이었죠. 그러다 보니 하천은 말라가고 지하수는 고갈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바로 사용한 물을 다시 쓰는 '재이용'입니다. 물을 재이용하면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을 먼 곳으로 이송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도 줄일 수 있습니다. Q. '탄소 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에 왜 '물 재이용'이 필요한 건가요?기후변화로 지구가 더워지면서 다양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피해의 대부분 홍수와 가뭄과 같이 물과 관련된 기상이변으로 나타납니다. 물을 재이용하면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빗물을 모아 두었다가 이용하면 홍수피해와 가뭄피해도 줄여줄 수 있습니다. 물을 재이용하면 에너지 사용량도 줄어듭니다. 상수도는 관을 통해 원거리를 이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물 재이용을 통해 상수도 사용량을 줄이면 결과적으로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습니다. Q. 2018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재이용된 물의 양은 15억톤으로 전체 이용량 387억톤 대비 4.1%인데요, 물 재이용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무엇일까요?물 재이용은 부족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지혜로운 대안입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관련 법률 마련 등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관련 업계에서도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세가지를 말씀드리면, 첫째는 경제성 부족입니다. 우리나라는 상수도가 생산원가 이하의 워낙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경제성을 고려할 때 하수를 처리한 중수와 빗물을 이용해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둘째는 제도의 미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관련 법률 마련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는 물 재이용 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 재이용 시설의 설치기준이 너무도 비현실적이라 물 재이용시설이 확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중수와 빗물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입니다. 우리나라의 수처리 기술 수준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와 있습니다. 하수를 처리한 중수와 빗물은 관련 기준에 맞춰 위생적으로 안전하게 처리되지만 그 물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물 재이용이 확산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힙니다. 저는 물 재이용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말씀드렸는데, 우선적으로 물 재이용 시설이 제대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설치에 관한 기준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음으로는 중수도와 빗물이 위생적으로 안전하며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홍보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중수도나 빗물 이용시설이 의무 적용되는 건축물이 매우 적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어느 정도로 파악하고 계시는지요?「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숙박업, 목욕장업의 경우 연면적이 6만제곱미터 이상인 시설물에 대해 중수도 시설의 설치·운영이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연면적 6만제곱미터이상인 시설물이 어느 정도 규모이냐면 신라호텔 정도의 초대형 호텔에 해당합니다. 결국 전국 대부분의 호텔들은 중수도 시설의 설치 의무화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건물에 비해 물 사용량이 많은 호텔에 중수도 시설을 설치하면, 물 절약은 물론이고 탄소중립의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관련 법규는 이러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 원인이 관련 법률이 마련된 당시에 비해 중수도시설 관련 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되고 있는데, 관련 법규는 기술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심각한 물 부족 현상과 이를 해결할 기술발전을 감안할 때 중수도 시설의 설치대상을 확대하도록 해당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다른 나라는 물 재이용이 활성화되어 있나요?물 부족 현상이 심각한 중동지역 국가들은 물 재이용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자연취수량 대비 재이용량 비중이 쿠웨이트는 35%, 이스라엘은 18%이고, 싱가포르의 경우에도 14%에 달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0.8%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많은 국가들이 물 재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가격 인센티브, 인식 제고, 물 재이용 목표 설정 등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물 재이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들을 마련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Q. 2018년 「물관리기본법」이 통과됐고, 현재는 가칭 「도시물순환회복법」 제정에 힘쓰고 계신데 어떤 내용인가요?2018년 제정된 「물관리기본법에서 '건전한 물순환체계 구축'을 법률목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물순환 사업의 정착과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물순환법이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16개의 지자체에서 물순환 관련조례를 제정하고 있지만 상위법 부재로 실효성에 한계를 느끼고 있고, 환경부도 물순환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거법의 부재로 재원마련 및 사업의 연속성 확보에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따라서 물순환 왜곡을 해소하기 위한 기본계획 수립부터 사업시행까지 국토정책과 물환경정책을 연계한 물순환 환경 조성법의 제정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이에 우리 협회에서 물순환 관련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연구와 논의를 통해 가칭 「물순환 회복 및 촉진에 관한 법률(안)」의 초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국회 원구성이 완료 되는대로 법안 발의를 건의할 예정입니다.